“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짐을 ‘천근만근(千斤萬斤)’으로 비유합니다. ‘천근만근’은 ‘무게가 천 근이나 만 근이다.’라는 뜻으로, ‘아주 무거움’을 이르는 말입니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짐을 지고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삶의 현장에서 이 짐을 지고 버겁게 삽니다. 그런데 시인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칩니까?
오늘의 시는 다윗의 시인데, 아들 압살롬이 다윗의 고문인 아히도벨과 함께 다윗에게 반역했을 때를 배경으로 합니다(삼하 15:12). 그냥 반역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들의 반역을 감당해야 하는 다윗의 마음은 천근만근이었을 겁니다.
그는 먼저 무엇을 합니까? 1절과 2절을 보십시오. “하나님이여 내 기도에 귀를 기울이시고 내가 간구할 때에 숨지 마소서, 내게 굽히사 응답하소서 내가 근심으로 편하지 못하여 탄식하오니.” 시인은 ‘귀를 기울이시고’, ‘숨지 마소서’, ‘내게 굽히사’, ‘응답하소서.’라는 말을 통해 하나님의 응답을 간절히 바랍니다.
그는 왜 간절히 바랍니까? 그는 근심으로 편하지 못하여 탄식하기 때문입니다. ‘탄식한다.’라는 말은 ‘방랑한다.’라는 뜻입니다. 그는 불평하면서 안절부절못하고 방랑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원수의 고함과 압제 때문입니다(3). 그들이 죄악을 시인에게 더하며 시인을 박해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시인의 마음은 심히 아픕니다(4). 그 아픔은 산모가 진통하듯 뒤틀려 찢기는 아픔입니다. 죽음의 공포가 그를 엄습했습니다. 두려움과 떨림이 그를 덮었습니다(5).
압살롬이 반역했을 때 이스라엘의 인심이 다 압살롬에게로 돌아섰습니다. 그때 다윗은 예루살렘에 함께 있는 신하에게 말했습니다. “일어나 도망하자 그렇지 아니하면 우리 중 한 사람도 압살롬에게서 피하지 못하리라 빨리 가자 두렵건대 그가 우리를 급히 따라와 우리를 해하고 칼날로 성읍을 칠까 하노라”(삼하 15:13-14).
다윗은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어떻게 하고자 합니까? 6절입니다. “나는 말하기를 만일 내게 비둘기같이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서 편히 쉬리로다.” ‘비둘기’는 멀리 날아가 접근하기 어려운 벼랑 틈새에 둥지를 틉니다. 시인은 비둘기같이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서 쉬려고 합니다. 그는 안식처로 날아가려는 상상력을 펼칩니다. 그는 탈출구를 찾습니다.
그는 멀리 날아가서 광야에서 살려고 합니다(7). ‘광야’는 사람은 없고 짐승만 있습니다. 밤의 추위와 낮의 더위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량한 곳입니다. 폭풍과 광풍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멀고 안전한 곳’을 상징합니다. 시인은 멀고 안전한 곳으로 가서 살려고 합니다. 그는 피난처를 그리워합니다(8). 시인은 공포의 도시보다는 피난처에서 살려고 합니다. 그는 원수와 함께 도시에서 사느니 차라리 광야에서 ‘자연인으로’ 살고자 합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악인을 어떻게 하기를 바랍니까? 9절입니다. “내가 성내에서 강포와 분쟁을 보았사오니 주여 그들을 멸하소서 그들의 혀를 잘라 버리소서.” ‘성내’는 시인이 사는 공동체입니다. 강포와 분쟁이 그가 사는 성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그들을 멸하시고, 그들의 혀를 잘라버리도록 기도합니다. ‘혀’는 ‘강포와 분쟁의 말’입니다. 시인은 그런 말 하는 사람을 잘라버리도록 기도합니다.
왜냐하면 폭력과 다툼이 성벽을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10). 성안에는 죄악과 재난이 있기 때문입니다. 악독이 그중에 있고, 압박과 속임수가 거리를 떠나지 않습니다(11). 그 모든 뿌리는 혀, 즉 말입니다. 폭력적인 말과 다툼의 말은 사람을 괴롭히고,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인간관계를 끊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파괴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멸하시도록 기도합니다.
이 시는 바벨탑을 생각나게 합니다. 처음에 세상에는 언어가 하나뿐이어서, 모두가 같은 말을 썼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자기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한테서 멀어졌습니다. 그러자 여호와께서 그들의 말을 뒤섞어서 서로 알아듣지 못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들을 온 땅으로 흩으셨습니다(창 11:1-8).
예나 지금이나 말이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은 거칠게 말해놓고, 또는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놓고 변명합니다.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 내 말을 오해했다.” 우리는 갈수록 아름다운 말, 덕스러운 말, 격려하는 말이 그립습니다.
그런데 당시 시인을 비난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시인을 비난하는 사람은 원수가 아닙니다(13). 시인을 비난하는 사람이 차라리 원수였다면 견딜 수 있었을 겁니다. 시인을 미워하는 자가 차라리 자기가 잘났다고 자랑하는 원수였다면, 시인은 그들을 피해서 숨기라도 했을 겁니다.
그러면 누구입니까? 13절입니다. “그는 곧 너로다 나의 동료, 나의 친구요 나의 가까운 친우로다.” 시인을 비난하는 사람은 바로 ‘너’, 시인의 동료입니다. 시인의 친구요, 가까운 친구입니다. 시인을 모욕하고 거드름을 피운 사람은 외부의 적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배신자였습니다. 시인은 친구가 자기를 배신할 줄 몰라서 그 친구를 피해 숨지 못했습니다.
시인은 그 친구와 어떤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까? 그들은 함께 달콤한 조언을 하곤 합니다(14). 하나님의 집, 즉 성전에서 함께 예배합니다. 그들은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 영적인 동역자입니다. 그들은 아들 압살롬과 다윗의 고문인 아히도벨입니다.그들이 다윗을 배신했습니다.
시인은 그들이 어떻게 되기를 바랍니까? 시인은 죽음이 그들을 훔치도록 기도합니다(15). 그들이 살아서 스올로 내려가기를 바랍니다. 시인은 원수의 단순한 몰락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기대합니다. 왜냐하면 악이 그들의 거처와 마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무엇을 합니까? 16절을 봅시다. “나는 하나님께 부르짖으리니 여호와께서 나를 구원하시리로다.” 시인은 하나님께 기도하고, 여호와는 그를 구원하십니다. 그는 저녁과 아침과 정오에 근심하여 탄식합니다(17). 그는 온종일 기도합니다. 여호와는 그의 탄식을 들으십니다. 시인에게는 대적하는 자가 많았습니다(18). 그런데 여호와께서 그 생명을 구원했습니다.
하나님은 악인을 어떻게 하십니까? 예부터 계시는 하나님이 들으시고 그들을 낮추십니다. “셀라”(19).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변하지 않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손을 들어 자기와 화목한 사람을 치고, 언약을 배반했습니다(20). 그의 입은 우유 기름보다 미끄럽습니다(21). 하지만 그의 마음은 전쟁터와 같습니다. 그의 말은 기름보다 부드러우나 실상은 뽑힌 칼입니다. ‘뽑힌 칼’은 ‘사람을 헤친다.’라는 뜻입니다. 그의 말은 ‘예리하고 짧은 칼’인 ‘비수’와 같습니다. 그는 말로 사람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무엇을 말합니까? 22절을 읽읍시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네 짐’은 ‘짐(burden)’, ‘염려(care)’,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에게 준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강포와 분쟁, 속임과 배신이 가득한 세상에서 의인으로 살면서 겪는 고통, 아픔, 배신 등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겁니다. ‘맡긴다.’라는 말은 ‘던진다.’라는 뜻입니다.
시인은 이 말씀을 누구에게 하는 겁니까? 시인 자신입니까? 아니면 일반적인 의인입니까? 시인 자신을 포함한 의인입니다.
그러면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의인으로서 겪는 짐, 염려, 하나님께서 주신 그것을 여호와께 던지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은 여호와를 믿고, 기도하는 겁니다. 시인은 강포와 분쟁, 속임과 배신의 시대에서 믿음으로 사느라 아픔, 고통, 두려움, 그리고 상처를 겪었습니다. 그 짐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그 짐을 지느라 더는 슬퍼하거나 화내지 않아야 합니다. 무거운 짐에 눌려 낙심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친구마저 배반하고 세상의 모든 관계가 다 변해도 여호와만은 변하지 않음을 믿어야 합니다. 그는 모든 염려를 여호와께 던져야 합니다.
그러면 여호와는 어떻게 하십니까? 그분은 당신께 짐을 던진 사람을 붙드십니다. ‘붙든다.’라는 말은 ‘힘을 준다.’라는 뜻입니다. 여호와께서 “그 짐을 없앤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여호와는 힘을 주셔서 그 짐을 지도록 도와주십니다. 그분은 믿음의 사람이 흔들리는 일을 절대 허락하지 않습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라는 말씀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웁니까? 우리가 이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웁니다. 우리가 삶에서 배신과 두려움의 롤러코스터를 만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웁니다. 강포와 분쟁, 속임과 배신의 시대에서 오직 여호와만이 의와 평화와 신뢰를 세우십니다. 그분은 어떤 상황에서도 일하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에게 그 일을 하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역경의 때에 도와주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무거운 짐을 진 우리에게 큰 위로이며 희망을 줍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우리의 짐을 여호와께 맡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한국교회에 이런 예화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없었을 때 한 미국인 선교사가 지프를 타고 시골길을 달렸습니다. 그때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가는 할머니를 보고 차를 세우고 타도록 했습니다. 할머니는 계속 거절했는데, 결국 차에 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보따리를 차 안에서도 머리에 이고 있었습니다. 선교사가 말합니다. ‘무거운데 보따리를 의자에 내려놓으세요.’ 할머니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내가 자동차에 탄 건만도 고마운데, 어떻게 보따리까지 내려놓아요.’” 보따리는 이미 차 안에 있어서 머리에 이고 있으나 의자에 내려놓으나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하나님께 내 짐을 맡기면서 내가 머리에 이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염려를 주님께 던졌다고 하면서도 염려하고 있습니다. 할머니처럼 미안해서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존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이왕 자동차에 탔으면 보따리도 탄 것이니 그냥 다 맡겨야 합니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면, 먼저 수속하고 짐도 부칩니다. ‘짐을 부친다.’라는 말은 항공사에 내 짐을 완전히 맡긴 겁니다. 나는 가벼운 짐만 들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갑니다. 비행기 안에서 내가 맡긴 짐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짐이 나올 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짐을 맡길 때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짐을 맡겼다면, 다 맡겨야 합니다. 완전히 맡겨야 합니다. 사도 베드로도 말했습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벧전 5:7).
이 대목에서 새찬송가 337장이 생각납니다.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주 예수 앞에 아뢰이면 근심에 싸인 날 돌아보사 내 근심 모두 맡으시네 무거운 짐을 나 홀로 지고 견디다 못해 쓰러질 때 불쌍히 여겨 구원해 줄 이 은혜의 주님 오직 예수.”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문제를 만날 때, 모든 일을 주님께 맡기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면 여호와께서 우리를 붙드십니다. 우리가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것이 이 시대를 사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하나님께서 악인을 어떻게 하십니까? 23절을 봅시다. “하나님이여 주께서 그들로 파멸의 웅덩이에 빠지게 하시리이다 피를 흘리게 하며 속이는 자들은 그들의 날의 반도 살지 못할 것이나 나는 주를 의지하리이다.” 하나님은 악인을 멸망의 구덩이로 내려가게 하십니다. 피를 흘리게 하며 속이는 사람은 인생의 반을 살지 못하도록 하십니다. 그러나 시인은 주님을 의지합니다. 주님에 대한 확신은 이제까지 그를 지탱한 힘이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힘입니다. 누구든지 주님을 의지하면 주님께서 그 사람을 붙드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인생의 짐을 지고 버거운 삶을 삽니다. ‘천근만근’을 실감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우리에게 그 짐에서 벗어날 대안을 제시합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22).
2022년_시편_54강_네 짐을 여호와께 맡겨라
